김천 구성면 광명리 마을은 성산 여씨 집성촌이기도 합니다.
이 마을에도 <성산여씨하회댁>을 알게되어 여러 차례 가본 곳인데 정작 마을 안에 서당이 있다는 걸 몰랐답니다.
그래서 다시 찾아가서 확인을 해보려고 했지요.
경양서원은 송오 여응구, 감호 여대로 부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입니다.
조선시대 숙종(1675~1720) 대에 처음 지어졌다고 합니다.
송오(松烏) 여응구(呂應龜)는 성균관 학론을 지냈고 감호(鑑湖) 여대로(呂大老)는 군수를 하고 임진왜란 때에 창의지사(倡義志士)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임란 때 의병장이었습니다.
그것도 아들 삼형제와 함께 나라를 구하려고 자기 재산을 모두 내어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이분 역시 영남학파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 선생의 문하였습니다.
나라가 위급할 때마다 의병을 일으키고 나아간 분들은 정말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들이 많았습니다.
참으로 우르럴 만한 분이십니다. 알면 알수록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실천하는 학문을 강조하신 분이니까요.
송오(松烏) 여응구(呂應龜) 선생은 여대로 선생의 아버지인데,
소수서원을 세운 주세붕의 문인이었다고 합니다.
유학에 학덕이 높은 분이었다네요.
경양서원은 바로 이렇게 훌륭한 분을 모시고 배향하는 곳입니다.
막상 경양서원에 찾아왔는데 담장만 있고 들어갈 문을 못 찾겠네요.
이렇게 담벼락 너머로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경양서원은 1868년에 서원철폐령이 내려지자 사당 건물은 허물고 강당은 그대로 두었답니다.
대신에 경양서원(鏡陽書院)을 경양서당(鏡陽書堂)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서원철폐령이 내려질 때에 이렇게 서원을 서당으로 바꾼 곳이 더러 있더군요.
아마도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남아있는 듯합니다.
경양서원 옆으로는 낮은 흙돌담이 있고 그 안에 사당이 있습니다.
담장을 돌아서 이렇게 사당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이 있었는데,
역시나 문은 잠겨있습니다.
아쉽지만 담장 너머로 구경하는 걸로 만족해야했지요.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를 보고 말을 건네시네요.
"뭘 보러 오셨어요?"
"네. 여기 경양서원 구경하러 왔는데 안에 들어갈 수가 없네요."
"안에 가서 보실래요?"
라고 하십니다.
이런 반가울 데가 있나요?
알고 보니, 아주머니는 바로 이 경양서원을 관리하는 후손의 종부였답니다.
세상에나~! 오늘 완전히 운수대통한 날입니다.^^
서원에 가려면 이렇게 종부 님의 집 마당을 거쳐가야 하네요.
정말 고맙게도 덕분에 안쪽 구경을 할 수 있으니 무척 기뻤답니다.
종부 님 뒤를 따라가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네요. ^^
여기가 바로 경양서원입니다.
종부 님께서 우리가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는다는 걸 알고 주섬주섬 막 치우시더라고요.
우리가 괜찮다고해도 서둘러 치우셨어요.
너무 죄송하고 또 진심으로 고마웠답니다.
정면이 5 칸이고 옆면이 2 칸짜리 건물이네요.
꽤 널찍하고 큽니다.
대청이 3칸이고 양쪽에 온돌방을 두 개 두었네요.
서원 바로 옆에 있는 사당인 경양사(鏡陽祠)는 이렇게 바깥에서만 구경했습니다.
불천위를 모신 사당입니다.
뜻밖에 이댁 안주인을 만나 이렇게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종부님께서 경양서원에 모신 어른들의 이야기도 짤막하게 들려주시고 강당 뒤쪽에 꼭 가보라고 하십니다.
종부님이 일러준 데로 뒤로 가니,
뒤뜰 바위에 글자가 새겨진 게 보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글자가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보입니다.
鑑湖亭(감호정)이라고 쓴 글자가 보입니다.
감호는 여대로 선생의 호랍니다.
옛날에는 경양서원에 송오 여응구 선생이 쓴 <송오문집>과 아들 여대로 선생이 쓴 <감호문집> 목판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2년 6월에 그만 도난을 당했다고 하네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경양서원이었으나 서원철폐령 때 경양서당으로 편액을 바꾸어 달았습니다.
경양서당(鑑陽書堂) 편액입니다.
대청이 꽤 널찍하고 시원합니다.
아, 그리고 경양서원의 기둥들은 대추나무와 밤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김천 경양서원에서 뜻하지 않게 종부 님을 만나 구석구석 잘 돌아보고 구경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듣고 참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집안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가 무척 귀엽네요.
낯선 이가 왔는데도 경계도 안 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답니다.
눈이 엄청 큰 토끼도 키우시더군요.
원래 짝이 있었는데 짐승한테 잡히고 한 마리만 남았다고 애틋해하셨답니다.
오늘은 김천시 구성면의 문화재인 경양서원을 소개했습니다.
다녀온 날은 2021년 5월15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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