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방초정은 구성면 상원리 마을에 있습니다.
보물 제2047호입니다.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부인과 주인을 따라간 몸종 석이를 기리는 빗돌]
한창 잎사귀에 물이 오를 때에 다녀온 김천 방초정입니다.
방초정은 왕버들 나무가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이랍니다.
굉장히 큰 나무이지요.
방초정 바로 옆에는 정려각이 두 개가 있습니다.
왼쪽은 이 방초정을 처음 세운 부호군 이정복의 처 화순 최씨 부인의 절개를 기려 나라에서 내려준 정려각이고요.
오른쪽은 부호군 이정복의 후손인 이기영의 처 풍기 진씨 부인의 열행비가 있는 정려각입니다.
두 정려각 바로 앞에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이 보이는 돌비 하나가 더 있는데요.
오늘 제가 제목에서 말한 충노 석이의 빗돌이랍니다.
석이는 화순 최씨의 몸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빗돌이 그 옛날에는 방초정 앞에 있는 최씨담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1975년에 이 최씨담 연못을 정비할 때 연못 안에서 건져냈다고 하네요.
두 열녀들의 열녀비와 정려는 저렇게 보호각 안에 잘 모셔졌지만, 노비의 충성을 기리는 작고 볼품없는 빗돌은 연못 속에 몇백 년 동안 묻혀 있었다니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부호군 이정복의 아내인 화순 최씨 부인은 임진왜란 때에 왜적에게 욕보이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겠다고 하여 바로 이 연못에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그 뒤를 따라 부인의 몸종이었던 석이도 몸을 던져 죽었지요.
절개를 지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씨 부인이나 주인을 따라 함께 죽었던 몸종 석이의 죽음 중에 그 어느 것이 더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는 예부터 '충효사상'을 참 많이 강조했지요.
동방예의지국이니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러나 요즘은 이런 마음가짐도 시대가 바뀌면서 많이 퇴색된 듯도 합니다.
[온돌이 있는 정자 방초정]
방초정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이층으로 된 누각이고요.
윗층의 가운데에다가 온돌을 놓았답니다.
아래에 보이는 네모난 틀이 바로 온돌을 놓은 공간이고 아궁이랍니다.
연못에 몸을 던져 절개를 지킨 화순 최씨 부인을 잃은 남편 부호군 이정복은 사랑하는 부인을 위하여 이 방초정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연못을 더 크게 넓혀서 지금 모습을 갖추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여기를 '최씨담'이라고 했답니다.
방초정 옆모습이랍니다.
안쪽에 기둥을 두 칸씩 두고 바깥쪽 처마 양 옆으로 또 기둥을 세워서 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가지런히 벗어놓고 올라갑니다.
온돌 안에는 목침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실제로 마을 어르신들이 여기 올라와서 쉬곤 한답니다.
아, 옛날에는 여인들은 여기 방초정에 올라올 수 없었다고 하네요.
애고................. ^^
가운데에 온돌을 놓고 바깥쪽은 모두 마루입니다.
방초정에 올라서 앞을 내다보면, 이렇게 최씨담이 바로 보입니다.
풍경이 참 좋답니다.
철따라 그 아름다움이 남다르더군요.
방초정 안에 걸린 시편입니다.
그만큼 여기에 많은 묵객들이 찾아와서 머물다 갔다는 이야기겠지요?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는 늘 시인묵객들이 많이 찾지요.
방초정 온돌에는 사방이 탁 트이도록 했는데,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사방에 달린 문이랍니다.
이 문들이 모두 위로 열리도록 했지요.
여름에는 이렇게 문을 들어 올려서 탁 트이게 하여 시원하도록 했고요.
겨울에는 들린문을 모두 내려서 닫으면 완벽한 방이 된답니다.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는 참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방초정에서 내려다보는 화순최씨와 풍기 진씨 부인의 정려각과 그 앞에 작은 석이의 빗돌입니다.
지붕 안과 대들보들이 대단합니다.
들린문의 문고리
그 틈새로 상원리 마을 풍경도 들어오네요.
여름이면 얼마나 시원할까요? ^^
방초정 모양도 참 멋스럽지 않나요?
참 좋습니다.
[인공섬이 두 개나 있는 최씨담 풍경]
예부터 우리나라는 '천원지방' 사상을 담아 네모난 연못을 만들었답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라고 해서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연못들이 거의 사각형 연못이랍니다.
그리고 그 사상을 잘 드러내려고 대체로 섬은 한 개를 만드는 게 흔하다고 하는데,
여기엔 인공섬이 두 개나 됩니다.
이곳처럼 섬을 두 개로 만든 '방지쌍도형(方池雙島形)'은 해와 달을 상징한다고도 하고요.
또 정절을 지키려고 스스로 연못에 몸을 던진 절부 최씨 부인과 그 몸종 석이의 충절도 함께 기리려고 했던 건 아닐까요?
정말 이런 뜻으로 이렇게 두 개의 섬을 만들었다면,
이 연못을 만든 최씨 부인의 남편 부호군 이정복의 뜻이 참으로 아름답네요.
5월에 본 최씨담 풍경은 굉장히 깊게 보이네요.
절개를 지키려고 이 무서운 연못에 스스로 몸을 던진 부인!
그리고 그 주인을 따라 자기도 스스로 죽음을 마다하지 않은 몸종 석이!
이 둘 모두 참으로 우러를 만한 삶이네요.
방초정 왕버들이 이렇게 반으로 쪼개졌는데도 아직도 무성한 잎을 내고 있습니다.
잠깐 방초정 풍경을 감상할까요?
언제나 이 자리에 가면 늘 있는 경운기
물 호스가 연못에 담겨있지요?
이 방초정 최씨담은 정원의 목적으로도 만들었지만 예부터 이렇게 농업용수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봄철이면 이 옆에는 김천시 구성면의 대표 특산물인 양파농사를 짓는답니다.
위 사진은 얼마 앞서 8월 말에 가서 다시 찍은 사진인데요.
이때는 최씨담 둘레로 모두 벼농사를 짓는답니다.
그러니 농업용수를 대는 쓰임으로도 아주 멋지지요.
오늘날까지 말이에요.
왕버들은 알고 있을까요?
300 년도 더 된 최씨담의 슬픈 이야기를요.
아마도 최씨 부인과 석이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8월 말쯤에 가서 찍은 비 내리는 방초정 모습입니다.
이때에는 배롱나무 꽃이 한창 피는 때라서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비 내리는 날 찾아간 방초정 이야기는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https://sunnyhanbit.tistory.com/120
[김천 방초정]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비 내리는 방초정 풍경 & 최씨담과 몸종 석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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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영상으로 소개한 방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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